
삶
- Year
- 2023
- Material / Technique
- oil on canvas
- Size (cm) H x W x D
- 91 × 116 × 4
Description
생성과 소멸, 만남과 이별, 질서와 혼돈. 인간의 삶을 이보다 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우리는 평생에 걸쳐 무언가를 조합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지만, 동시에 뜻하지 않은 균열과 붕괴를 경험하며 살아간다. 나의 작업은 이 조합과 붕괴의 필연적인 순환을 캔버스라는 한정된 공간 위에 펼쳐내는 과정이다. 캔버스 위에서 색과 선, 면을 의도적으로 엮고 쌓아 올리는 행위(조합)는 삶을 향한 인간의 의지와 질서를 뜻한다. 그러나 이내 거친 붓질로 이를 덮어버리거나, 물감을 흘리고, 긁어내며 기존의 형태를 해체하는 행위가 이어진다. 우연과 필연이 뒤섞인 이 조형적 충돌은 우리가 살아내는 삶의 역동성과 묘하게 닮아있다. 아무리 완벽하게 조율된 화면일지라도 단 하나의 날카로운 선에 의해 분위기가 무너지듯, 우리의 삶 역시 예측 불가능한 붕괴를 늘 품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정형화된 결과물보다, 형상이 ‘조합되는 과정’과 ‘붕괴하는 순간’의 에너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캔버스 위에 남겨진 붓질의 파편들과 무수한 레이어들은 소멸의 기록인 동시에, 다음 조합을 향한 움직임이다. 구체적인 형상을 비워낸 이 추상의 공간이, 관람객 각자가 지나온 삶 속 ‘조합과 붕괴’의 순간들을 비추는 거울이다.
